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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숲속의 사랑방 1번지 진골목 미도다방[대구여행/미도다방/진골목]

arieyo 2013. 12. 11. 06:00

 

[대구여행/미도다방/진골목]빌딩숲속의 사랑방 1번지 진골목 미도다방

 

 

도심의 빌딩숲 사이로 구불구불 선현들의 삶의 흔적을 만나는 골목에는 수많은 사연을 안고 근대역사를 지키고 있었다.

1910년경 지은 미국 선교사 주택을 시작으로 3.1만세 운동길을 지나 계산성당을 돌아보고 계산예가를 돌아보다

배고픔에 찾아든 진골목식당......진골목식당의 육개장과 육국수로 속을 채운다음 들린 곳이 "다방" 이다.

미도다방~

한동안 잊었던 단어여서 생소함마저 들었지만 금방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회복력을 갖고 있는 다방이다.

또 한번 타임머신을 타고 걸음을 옮긴다.

 

 

 

 

 

'종로'는 종루 앞에 직선으로 뻗은 길로 '길다' 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인 진골목은

대구의 부유한 유지들이 많이 거주 했던 곳이라고 한다.

 명동골목만큼이나 번화가였을테지만  도심속에 버티며 세월을 지나다보니 좁은 골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느림의 미학'에 발맞추어 골목의 산책을 만끽해 본다.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골목을 나서며 만나는 곳 '미도다방'

복잡한  전선줄에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한 미도다방은 영락없는 그 옛날의 다방이다.

 

 

 

미도다실의 투박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면에 각종 서화 작품을 붙여 놓아 갤러리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모필장 이인훈씨(대구 무형문화재 15호)가 기증한 작품을 비롯하여 서화 20여점이 걸려 있다.

목인 전상렬시인의 "미도다향"이란 시도 눈에 띄고

다방 여주인으로선 드물게 한학자로부터 "혜정" 이란 아호를 받은 정인숙여사의 작품외에

수많은 인사들이 인연을 맺은 곳으로 유명하다.

 

 

 

 

미도다향- 전상렬

 

종로二가 미도다방에 가면

정인숙여사가 햇살을 쓸어 모은다.

어떤 햇살은 가지 끝에 걸려있고

어떤 햇살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어떤 햇살은 서릿발에 앉아 있다.

정여사의 치맛자락은

엷은 햇살도 알뜰히 쓸어 모은다.

 

햇살은 햇살끼라 모여앉아

도란도란 무슨 얘기를 나눈다.

꽃 시절 나비 이야기도 하고

장마철에 꺾인 상처 이야기도 하고

익어가는 가을 열매 이야기도 하고

가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도

추억은 가슴에 훈장을 달아준다.

 

종로 二가 진골목 미도다방에 가면

가슴에 훈장을 단 노인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풀어놓고

차한잔 값의 추억을 판다.

가끔 정여사도 끼어 들지만

그들은 그들끼리 주고 받으면서

한 시대의 시간벌이를 하고 있다.

    

 

 

 

 

가슴에 훈장을 단 노인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풀어놓고 차한잔 값의 추억을 파는 그곳......

 

 학생들이 많이 찾아주던 시절에 도가니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하여

이듬해인 1983년 미도다방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1990년 초반 지금의 진골목으로 옮겨 대구 근대다방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또 한번의 이사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곳이다.

 

 

 

 

 

미도 다방은 실버세대들의 사랑방 1번지......

일제 강점기때 달성서씨 집안의 사랑채가 있던 곳이었고

2012년 현재 30여년간 노인들의 말벗을 자청하며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미도다방 지킴이 정인숙여사는

어른을 위해 용돈이나 선물도 자주 챙기며 누가 돌아가시면 문상까지 하는 것은 물론이며

해마다 어버이날과 동짓날에는 돼지고기와 떡, 팥죽 등을 할아버지들에게 대접을 하며

입춘이면 입춘첩으로 인사를 나누고

미도 봉사회설립을 주도 하고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에서 서상돈 선생의 동상을 건립할 때 회원들과 함께 기금을 쾌척했고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장학금도 마련해 주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단체인 보화원에서 주는 선행상도 받았고, 자랑스러운 중구 구민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고 하니

단골만 200여명, 하루 평균 400여명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만 하다.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와 함께 나온 추억의 과자에 나도 모르게 손이 덥석간다.

특히나 생강맛 나는 과자를 낼름 먹고 나니 '아차~! 인증샷을  깜빡 했넹~ㅠㅠ '

부랴부랴 빈자리가 느껴지는 과자접시와 쌍화차를 매치 시켜 본다.

견과류 잔뜩들어 있어 씹기 거북할정도로 넣어준 쌍화차 한잔에 2천원, 노인들의 호주머니를 잘 알기에 물가를 따르지는 않는다고 하신다.

 

 

 

 

 

 

 미도다방  / 정인숙

T: 053) 252-9999, 252-2599